요즘 수험생모드라 추레하다. 묵직한 배낭에 낡은 운동화, 편한 바지 (츄리닝에 가깝지만 딱 츄리닝은 아닌 ㅋ) 후드티가 주로 입는 스타일이다. 화장은 거의 안하게 되고 (사실 해도 금방 날아가고) 대부분 안경을 쓴다. 그나마 주변인들 (언니, 짝궁)의 도움으로 좋은 아우터들을 입고 있지만 뭐 기본적으로는 스타일 자체는 추레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뭐 공부에나 신경써야지... 그게 맞고... 근데 나를 너무 후지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이 사실 살짝 있다. 새로 연결되는 관계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늘 보이는 나는 외모에 1도 신경안쓰는 그런 사람일 뿐이니까... 옛날에는 저래 보여도 저 사람 돈 많아. 이런 시선을 받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있잖아... 돈 있는데 왜 저러고 다녀...
오늘 식당에 갔다. 인기가 좋은 식당이기도 하고 약간 기다릴 걸 예상하고 갔는데 자리를 금방 안내해줘서 잘 먹고 있었다. 노포 느낌의 맛이 좋은 식당인데... 문제는 밥을 먹는 와중에 우리 양 옆 테이블에 자리가 비었다는 거다. 밖에는 1시에 예약을 한 12명의 할머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날은 약간 쌀쌀하고 신발은 벗고 들어와야 하고... 연배가 있으신 마음씨 좋아보이는 사장님은 할머니들 먼저 앉아서 주문하고 기다리시라고 8명을 우리가 밥먹는 테이블 양쪽으로 먼저 앉히셨다. 4명은 우리가 다 먹고 나갈때까지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들끼리 전을 먹네 기다려야 하네 주문을 뭘하네 이러면서 우리를 가운데 끼고 말씀을 나누셨다. 한 테이블은 붙어있고, 한 테이블은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큼 좁..
한 친구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는 에너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약속을 여러 개 한꺼번에 잡지 않는다고… 나름 약속 전에 컨디션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조절하고 가능하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난다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만나면 자기가 괴물로 변하는 게 느껴진다며. 오늘 점심 약속이 갑자기 생겼다. 오늘 저녁 약속은 오래 전에 잡아 둔 거고 점심은 어제 불쑥, 우리 집 앞으로 와준다기에 편하게 잡았다. 근데 그게 이렇게 에너지를 잡아먹을 줄 몰랐네… 그저 가볍게 신세한탄 하는 걸 받아줬어야 했는데 너무 힘을 썼다. 물론 그게 그 아이에게 필요해보이기도 했고 원래 눈앞의 어떤 걸 외면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하아 내 탓인거네. 나는 왜 내 앞의 공부는 그렇게 잘 외면하면서 누군가와의 넋두리, 고..
내가 아는 술쟁이들이 몇 있다. 보통은... 술먹고 크게 실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크게 실수하는 사람들하고는 내가 가까이 지내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술먹고 실수하는 카테고리는 1. 폭력 2. 이성 3. 폭력과 이성문제를 제외한 민폐 이렇게 크게 분류해볼 수 있는데 요즘은 성당서 만난 친구들과 술 먹을 자리가 많다보니 1번과 2번은 좀 주시하게 된다. 일단 1번은 거의 상종하지 않으려고 한다. 꼭 물리적인 폭력이라기보다 언어적으로 세고 불편하게 말을 잘 하는 애들이 있다. 그런 애들하고는 앤간하면 술자리를 갖지 않거나 큰 규모의 술자리 정도로만 만난다 2번은... 봐서 싱글남녀의 자유연애인지를 살펴본다. 나는 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지들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런가부다 하는편..
멘탈이 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컨트롤의 가능여부인 것 같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을 컨트롤 하는 것 대체로 긍정적인 것들은 조절할 필요가 크게 없다. 긍정적인 생각들은 대체로 타인에게 수용가능하고, 좋은 행동들을 만들어낸다. 감정이야...너무 과한 긍정적인 감정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대체로 수용가능하다. 문제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이다. 요즘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걷잡을 수가 없다. 계속 확대재생산 한다. 그래서 잠을 자거나... 더 강렬한 자극이 생기지 않는이상 잘 지워지지가 않는다. 이 말은 최소 하루는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강도를 약하게 해서 몇일씩 지속되기도 한다. 예민한 게 나쁜 건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힘들다..
공부를 한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한데 최근에 알게 된 몇가지 사실들이 있다. 1. 나는 무언가에 착륙(?)하는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2. 산만한 편이다. 3. 불안을 많이 느낀다. 4. 여운이 길게 남는다. 처음은 회사를 나왔으니 그저 여유롭게 놀았고 (6개월) 편입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1년) 수능으로 갈아탔다 (1년) 아무리 해도 편입은 너무 암흑이고 길이 잘 보이지도 않아서 관뒀다. 편입이 더 쉽다는 유혹도 많았지만... 일단 매년 뽑는 인원수도, 매년 내는 문제의 경향도 들쭉날쭉인데다 내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도 없다는 게 포기의 주요한 이유이다. 그리고는 나한테는 어려워도 더 명확한 수능이 낫겠다 싶어서 이리로 왔다. 또 운이 좋게도 정시의 문은 넓어지고 있으니... 내가 뭐 ..
아침에 미사를 드리고 마음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얘기를 듣고 성당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커피집에 원두를 사러 갔다. 원래도 좋아하는 원두인데 오늘따라 할인도 하고 뭔가 기분이 좋다고 생각하며 계산을 하는데 오늘부터 종이쇼핑백 봉투값을 300원 받는다는 거다. 아깝다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그냥 주세요”라고 말했는데 봉투값을 계산하여 카드를 긁은 직원… “앗… 저는 필요없다는 얘기였는데 제가 애매하게 말했나봐요. 죄송해요.” “(싸늘) 취소해드릴께요” 내내 굳은 표정으로 응대하는 직원 원두를 받고 감사하다고 말하는데도 그 흔한 ‘감사하다’던가 ‘안녕히가라’던가 등등 아무 답이 없었다. 오늘 하루 좋은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그 여러 좋은 감정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불쾌함에 몸을 떨었다. 나한테 ..
부릉부릉!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자동차 배터리에서 순간적으로 전류를 확 끌어내야 하는데 이 때 높은 전류로 인한 배터리의 전압 drop이 발생한다. 그래서 이 전압 drop을 막기 위해 고용량의 capacitor등을 연결해놓는다. capacitor에는 전하가 저장되어있으니까 막아줄 수 있겠지.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 배터리 최초 전압이 낮은가? 그래서 시동을 거는 순간 배터리 전압 drop이 너무 심하게 일어나는 건가? 아니면 capacitor등의 방어회로가 적절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는건가? 공부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나는 왜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걸까. 무언가에 대한 시동이 다 걸리지 않는다. 뭐가 문제일까... 그래도 일단 몸은 도서관에 옮겨..
별 게 아닌데 자꾸 실수하는 내가 싫어진다. 어제는 신나게 잘 놀고 집에 가려는데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지하철역과 길거리에서 거의 한시간을 여기저기 헤메며 찾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같이 있던 동행도 괜히 고생 집에서 허탈하게 옷을 벗어뒀는데 짝궁이 벗어놓은 잠바 모자안에서 찾았다. 기껏 술도 조절해서 마시고 몸 컨디션도 조절해서 잘 놀았는데 핸드폰 잃어버렸다고 생난리를 친게 너무나 괴로웠다. 사실 별게 아니다. 그럴 수 있다. 근데... 그게 내 기분을 확 다운시켰다. 죽을 죄도 아닌데 같이 있었던 동행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은 괴로움이 있었고 무슨 거창하게 사죄의 메일을 보냈네 새벽 2시... 게다가 술한잔 들이키고 난 후 감정이 들쭉날쭉한 상태라 조심했어야 했는데 오늘 생각해보니 약한 해프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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