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나>와 <현생을 살아가는 나>의 차이

오늘 식당에 갔다. 
인기가 좋은 식당이기도 하고 약간 기다릴 걸 예상하고 갔는데 자리를 금방 안내해줘서 잘 먹고 있었다.
노포 느낌의 맛이 좋은 식당인데...

문제는 밥을 먹는 와중에 우리 양 옆 테이블에 자리가 비었다는 거다.
밖에는 1시에 예약을 한 12명의 할머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날은 약간 쌀쌀하고 신발은 벗고 들어와야 하고...
연배가 있으신 마음씨 좋아보이는 사장님은 할머니들 먼저 앉아서 주문하고 기다리시라고
8명을 우리가 밥먹는 테이블 양쪽으로 먼저 앉히셨다.
4명은 우리가 다 먹고 나갈때까지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할머니들끼리 전을 먹네 기다려야 하네 주문을 뭘하네 이러면서 우리를 가운데 끼고 말씀을 나누셨다.
한 테이블은 붙어있고, 한 테이블은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큼 좁게 배치된 곳에서
우리는 그냥 빨리 밥먹고 비켜줘야 하는 분위기였다.
밥을 더 이상 먹기가 싫어졌다.
물론 배가 부르기도 했고... 엄청 불편했다.
아... 이런식이라면 이 식당 안 들어왔을텐데...
아니면 기다리다가 다른 데 앉았지.

할머니들은 우리를 보시면서...
"아이고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미안해요"
"맛있게 먹어요"
왜 할머니들이 우리한테 미안해해야 하지?
할머니는 1시에 예약한 사람들이고, 시간은 12시 55분이고...
이건 사장님 잘못인데...

보통은 짝궁이 식사결제하는데
오늘만큼은 내가 식사결제하러 가서는
"사장님께서 저희 테이블 양 옆에 단체자리를 안내해주셔서 밥 먹는데 너무 불편했어요"라고 표현을 했다. 
(뭐 내 성격에 엄청 화를 냈겠어? 그저... 사장님. 저 너무 불편했어요. 이런식인거지...)
어린, 사장님의 딸아이 같은 분은 계산하면서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고 나왔는데
짝궁의 말
"뭘 그리 팍팍하게 구냐. 할머니들인데 그럼... 다리 아프시니까 들어와서 기다리시라고 한 건데 어떻게 하냐"
아니 난 너무 화가 난다고 했더니...
"불편하고 그렇긴 한데... 뭐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까지 기분나쁠 일인가. 어머니가 기다린다고 생각해봐"
나는 우리 엄마가 어디서 그렇게 하는 것도 질색팔색하는 사람인데...
그러면서 짝궁이 하는 말
"불편할 순 있는데... 그냥 그런가보다. 미안해 하는구나 상황이 어쩔수 없네 하면서 넘기면 될 일을..."

그리고는 기분이 너무 상해버렸다.
나는 나때문에 제3자들이 서로 미안해할일을 만드는 걸 싫어한다.
반대로 누군가가 나한테 그런 일을 하는 것도 화가난다.
(책상머리에 앉은 사람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엄한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서로 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너무 화가 난다, 정치인이 만든 사람들 사이의 분쟁, 노노갈등 같은 것들...)

근데 문제는 화가 나는 게 아니다.
나는 화를 안내는 너그러운 사람이고 싶은 것이 핵심이다.
까다롭지 않고 다 알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걸 아는 순간 또 속상해져버렸다.

공부를 잘 하고 싶은데
나는 공부를 잘 못하는 걸 알게된 것과
품이 넉넉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은데
사실 나는 까탈스럽고 따박따박 따지는 사람인 것

소박한 게 좋다고 말하면서도 노포의 불편한 일들은 참을 수 없게 되어버리고
검소하게 살고 싶다고 입으로 노래부르면서 새로 생긴 플래그십스토어에 가서 신상향수밤을 질러버리는
이렇게 모순 가득한 게 나라니...

결국 나는 허세나 허영에 온 몸을 내던지는 그런 사람이었던 게다.
욕심과 현실사이에서 사십이 넘은 나는 아직도 그렇게 힘이 든다.

오늘은 좀 슬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