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쟁이

난 기본적으로 욕심이 있다. 

출생의 순서를 굳이 이유로 들자면

똑똑하고 예쁘다고 칭송받는 언니를 둔, 나이차이가 얼마나지 않는 둘째였기 때문에

언니가 칭찬받는 건 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좋아보이는 건 다 따라했다.

공부도 그냥저냥하는 다소 평범한 내 친구들에 비해, 

언니 친구들은 대체로 고상했고, 단정했고, 가정교육이 잘 된 집의 모범생들이었다.

그래서 언니가 친구들하고 놀면 꼭 끼어서 놀려고 했고

(심드렁하고 귀찮아 했지만 언니는 나를 끼워줬다.)

누가 좋아보이면, 그것을 벤치마킹 하는데에 크게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승부욕이 활활 타올라서 이기고 싶어하는 성격도 아니면서

상대적으로 내가 처지는 건 나에겐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무리속에서 비교군이 잘 형성된 집단에서는 

무언가 꽤 열심히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단체생활을 잘 한다는 좋은 평가를 얻기는 했지만

그 시작은 사랑받고 싶어서 였을거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볼 만한 개성강한 장기를 가지거나 시선을 잡아끄는 외모가 아니었으므로

나는 성실함으로 그 사랑을 얻어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그 모임이 시들해질때까지도 나는 그 모임을 지키고, 사람들이 이제나 저제나 함께하는 걸 기다려주며 그렇게 단체생활을 해왔다.

 

그렇게 지내온 나의 특성이 좋은 때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정동에서 근 2년 활활 타올랐고,

다 타오른 후 남은 잿더미가 된 나는 앞으로 타야 할 아궁이에 누가 될까 싶어

빨리 빠져나오려고 했고, 또 그렇게 잘 되었다.

하늘이 돕듯 모든 게 잘 정리 되었는데 미련많은 나의 성격은 자꾸 정동을 기웃거리고

혹시 내가 사람들속에서 잊혀질까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며 여기저기 찝쩍대고 있다.

 

새로운 장을 열고 새로운 걸 시작해야 할 때는 

혼자 정리하고 혼자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 생각만 많고 몸이 굼뜨지?

시간은 자꾸 흐르고, 나는 늙어가고, 생각이 흐리멍텅해지는 것만 같다.

나이가 문제가 아닌데 자꾸 나이탓을 하고 싶고

어디 나가면 나를 은근히 드러내고 싶고

누군가 잘못하면 꼬집고 싶고 너 잘못했다고 알려주고 싶고

나 자신을 살피는 건 여전히 게으르고...

 

문만 잘 닫고 다녀도 성인이라고 했다는 오늘 미사 마지막 말씀이 자꾸 떠오른다.

작은 일, 

내 생활의 소소한 의무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 스스로 마음 먹은 것들은

소홀히 여기면서

밖에는 되게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고, 큰 일을 하고 싶고,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고, 자랑하고 싶고...

허허

조금 더 마음이 가난해져야 겠구나.

가진 게 없어야 더 담백해질 수 있겠지?

 

아직은 나 자신이 욕심으로 가득차 있다.

지금 당장은 무언갈 버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도들 닦아야겠다.

하나씩 놓고, 하나씩 더 버리는 연습을 해야지.

 

오늘자 아침기도 성경소구와 마침기도를 기억하며.

성경소구	2데살 3,10b-13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마십시오. 그런데 여러분 가운데는 게으른 생활을 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남의 일에만 참견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들립니다.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런 사람들에게 명령하고 권고합니다. 말없이 일해서 제 힘으로 벌어 먹도록 하십시오. 교우 여러분, 낙심하지 말고 꾸준히 선한 일을 하십시오.

마침기도

주여, 간구하오니, 우리가 할 일을 알려 주시고 그 일을 행할 힘을 주시어, 우리 모든 일을 당신으로 말미암아 시작하고 시작한 것을 당신으로 말미암아 끝마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