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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몸이 별로 안 좋았다.

특별히 안 먹는 것도, 과로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알러지 처럼 눈이 간지럽고 피부가 이상하고 코가 줄줄, 재채기 등등

그래서 공부해야지 마음만 품고 유튭 틀어놓고 잤다.

아침에도 눈은 떴지만 몸은 잘 움직여지지가 않아 밍기적대다가 부랴부랴 출근.

오늘도 지각비슷하게 하겠구나.

땡땡이치고 미사나 가볼 수 있을까?

 

9호선은 역시 아침 8시가 가까워질수록 더 대단해져서

지금까지는 여의도에서 출근할 때는 한 번도 내 몸을 못 낑겨 넣은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위험해보였다.

다행스럽게 내 앞에 멀끔하게 입은 남자 두 분이 넉넉하게 밀고 들어가

나 한 명 정도는 태울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우악스럽게 밀고 들어갈 때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싫을까.

근데 밀 때는 아주 적극적으로 밀던 남자분이 나랑 살을 맞대고 서야 하는 상황이 되니

수줍어하듯 단정히 서 계시네.

이런 수줍음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 사람가득한 지하철에 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등으로 사람들을 밀어대며 매일 출근한다니

이 분도 이런 선택을 매일 스스럼없이 하기까지 얼마나 싫었을까.

 

생계를 위해 일을 한다는 건

싫은 것도 해야야는 거구나.

역시 꿀만 빨며 살 수는 없는거지.

어떤 싫은 것은 선택해야 하고, 어떤 싫은 것은 버려야 하는 것일까.

나이 40이 넘어가도록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나.

 

왜 저 달팽이는 풀숲을 떠나 험한 인도위로 전진하는 것인가.

저 앞에 뭐가 있을지 알지도 못하면서

지금 눈 앞의 잎을 떠나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데 왜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거지?

 

왜 지렁이는 흙속의 자기 자리를 떠나서 아스팔트로 나왔을까.

왜 어떤 생명체는 자기 자리에 안주하고

왜 어떤 생명체는 자꾸 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와 위험을 무릅쓰고 어딘가로 도전하는 것인가.

 

왜.

그 질문 하나 정도는 멈춰야겠다.

너무 생각이 많아지니 자꾸 본질에서 벗어난다.

지금은 그냥 뭐라도 해야할 때

Who knows?

Only God knows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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