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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불편해 불편해

日就月將 2021. 10. 27. 11:44

나는 감정적으로 민감하다.
내 감정에도 민감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관심이 많고, 
관계가 흘러가서 생기는 많은 것들에 대해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말들, 행동들, (만약 있다면) 숨겨진 맥락까지도...

지금 나는 조금 특수한 상황이다.
공부를 한답시고 사람들을 좀 덜 만나고 있고,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지도 않는다. 

이렇게 되기 직전엔 인생의 황금기 같이...
매일 카톡은 수백개씩 쌓이고, 늘 사람들과 관심을 주고 받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
물론 대체로 나에게 호의적이었기에 그걸 일년이나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었다.
관심받고 싶고 또 성취하고 싶은 나의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던 나날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으로만 가능한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적당한 시기에 그런 관심과 상호작용들을 끊게 되었고, (그 결정은 지금 생각해도 매우 현명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겨서
공부를 해보겠다고 선택을 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칩거(?)에 들어갔다.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철저히 끊어야 했겠지만
갑작스런 변화에 나는 외로워졌고, 관심과 지지가 필요했다.
그리고 호기심이 일만한 재미도 필요했다.
그래서 약간의 숨구멍이랄까... 약간의 관계들을 만들어놓았고 
그 안에서 움직였다. 

시간이 지나고 친구들이 기억하는 내가 조금씩 바뀌고, 
내가 그들에게 바라는 것들도 달라졌다.
그리고 (살면서 언제나 있어왔겠지만) 안 그랬던 관계들에서 조금씩 불편한 것들이 생겨났다.
예전같으면 불편하거나 거슬려도 회사일이나 다른 상호작용에 의해 쉽게 잊혀지거나,
그냥 넘어가지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가 거의 없다보니
작은 자극이나 불편함들이 오랜시간 남게 되었고
나도 괴로워졌다.

좋아서 내가 선택한 만남들인데
마음은 여전히 힘들고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대체로 우울해진다.
제일 좋은 걸 찾으려다보니 관계는 늘 무거워지고 
잠시 좋을 때도 있지만 
해야할 것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과,
내가 부적절하게 말하거나 행동해서 관계를 망치고 있다는 두려움과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하거나 행동하는지에 대한 불편함으로
마음이 혼란스럽고 답답하다.

게다가
나는 비교적 덜 사랑받고 있다거나 
저 사람은 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내 마음은 더 힘들고, 우울해진다.

이렇게 적어놓고 나니 다 내가 만들어낸 부정적인 역동이네.

이왕 이렇게 된 거 얘처럼 살아야 하나? "저리 꺼져!"


오늘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아이에게
나는 너랑 같은 걸 원하는 게 아니라는 신호를 주었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제 3자에게 그 아이가 놀고싶어서 자꾸 뭘 만들길래 나는 불편해서 밀어내고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다시 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제3자가 나를 너무 민감하고 험담잘하는 피곤한 사람으로 여길까봐 두렵고
나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를 험담하듯이 꺼냈다는 것이 죄스럽다.

이렇게 민감하게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불편해질거면...
아예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하나 싶다.
모든 관계에는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이 있는데...
안 좋은 것을 감당할 능력이 안되면 사실은 좋은 것도 포기해야 하는 게 맞다.

하아...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는 어쩌자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나약한 거지?
이제는 감정에 조금은 둔해지고 싶다.
나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