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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마음이 가고 좋아하지만 나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
2. 마음이 엄청 가지는 않지만 나를 좋아해주고 잘해주는 사람이 있다.

나는 소심하다.
등치는 모르겠지만 잘 주눅들고 소심한 편이다.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서였을까
관계에서 안전함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래서
늘 2번과 관계를 잘 맺고
인생의 대부분에서 2번을 선택해왔다.
적지 않은 인생의 경험을 볼 때 1번과의 관계에선 상처만 입고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근데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자존감이 낮은가?
난 왜 수동적으로 관계를 맺을까.
내가 끌리는 사람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기보다
왜 늘 내가 덜 좋아해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 위주로 관계를 맺는 걸까.
내가 자존감이 떨어져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선호를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호감이 가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일부로 부터는 원하는 응답(?)을 얻는 것 같았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원하는 응답을 단순히 못 얻는 것이 아닌
정반대로 나아간 응답…
상처가 되는 응답들도 받기 시작했다.
다양한 관계속에서 선명하게 비교가 되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나의 데미지는 더욱 커져갔다.
(비교를 하는 건 안 좋은 거라고 알고 있지만
같은 공간과 시간에 있는 누군가와 나란히 서 있는 상황이라 더욱 선명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작아졌다.

 

이거 보고 찔림;;;


다시 생각해본다.
과연 나를 좋아해주지 않고,
나를 배려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가 호감이 먼저 갔다는 이유로 마음을 쏟는 건
내 자존감이 올라가는 길일까.
역시 늘 하던대로 내가 덜 좋아해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게 나의 최선인 걸까…


정답은 없다.
내가 그걸 견딜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내가 밑빠진 독에 물 붓듯…
내가 좋아하는 이의 응답이 상관없이 애정을 퍼부을 수 있다면,
그가 손을 내밀어주면 좋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늘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좋아하는 이를 품을 수 있다면…
1번을 선택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날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슬퍼지고
내가 배려받지 않는게 비참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나는 2번을 선택해야 하는 거다.

그러네…
결국 나를 알고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해야 하는 거구나.
자존감이 높으면 1번 낮으면 2번 이런 문제가 아닌 거구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딱 알아서 유희열처럼 이렇게 직관적으로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 연식이 높아지면 좋은 게 바로 이런거다.
내가 스무살 때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어떤 것들은 되게 노력해야 얻을 수 있지만
어떤 것들은 그냥 스르르 얻어지는 것도 있다는 것
세상 모든 것들이 절대적인 규칙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세상 대부분의 것들은 내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오늘 잠자리 들기 전에
또 뭐 하나 배웠네.

진실은 백이거나 흑일것 같았는데 사실은 회색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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