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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日就月將 2020. 11. 13. 07:01

원래 꿈을 많이 꾼다.
많이 자기도 하고...
새벽미사 가려고 눈떴다가 아즈냥 배만지면서 다시 잠들었는데...
일종의 악몽이었다.
사제가 셋쯤 있는 큰 미사(툴툴거리던 그래서 뭔가 불편한 감정을 재치있게 드러내는 부주임같은 한 분은 꿈에서 얼굴이 임원희였다) 에서 복사? 독서? 이런 걸 급하게 하게 됐는데
온 성당 안에 가득 사람들이 다 촛불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제대봉사 하시던 분이 미사중 잠시 휴식(?)시간에 제대를 정리하다가 나한테 하소연을 하시는 데 자기 이야기에 취해 초를 일부러 꺼버리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안 된다고 미사 금방 해야해서 다시 켜야한다고 말씀드리고 켜는데 안 켜지는 거다
나중에 울먹울먹하면서 엄청 “하느님, 하느님...”하면서 켜는데도 안 켜졌다.
너무 속상하고 괴롭고...
내 탓은 아닌데 급하게 끌려와서 제대를 얼떨결에 맡게 되었으니 내가 책임져야 할 것 같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누가 (성서모임 연수나 정동 개강미사 같은데서 만나봄직한 어떤 여자분) 나한테 지하에 가보라는 둥 이런 거 저런 거 해보라는 둥 자기 자리에서 큰 소리로 조언을 막 날렸는데
제대로 하려면 여러개를 단계적으로 했어야 했지만 나는 시늉만 했지, 그 말을 그대로 하게 되지는 않았다.

한참을 울면서 초를 켜려고 낑낑대다가
되게 많은 사람들이 아직 (부활초처럼) 초를 켜고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렇지만 이제 막 끄기 시작해서 많이들 꺼버렸다)
제대 마이크로 용기를 짜내어 가서는 “아직 초를 끄지 않은 분은 저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제대에 초가 켜지지 않아 미사를 봉헌할 수 없습니다”하고 전례봉사자의 말투대로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을 켤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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