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상

세월호 순례를 다녀와서

日就月將 2020. 11. 9. 12:30

바쁘게 사는 것이 미덕인 세상에서
누구보다 느리게 사는 가수가 부른 노래가 있다.

소박하고 담담하게 친구에게 읊조리듯 부른 그 노래를, 
오늘은 마음 먹고 좀 울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 노래를 듣는다.
우울한 느낌도 아닌 데
입은 미소지을 수 있지만, 눈가엔 자꾸 눈물이 타고 내리는 그런 노래.

내 감정은 아래의 가사에서 북받쳐오른다.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주렴. 



세월호 유족분들을 처음 뵌 것도 아닌데
팽목항에서 뵌 분들은 유난히 단단하고 또 슬퍼보였다. 
하루도 잊지않고 더해진 그리움을 
그리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단단하게 먹어온 마음을 내가 느낀건가.

세월호 기억의 숲에서 만난 노란 나비를 신기해하는 우리를 보고 
노란 나방일거라며 가볍게 넘기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 
팽목성당을 지키시는,
두 손 꼭 잡고 성당앞에서 손을 흔드시는 두 어르신... 
그 모습은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매일매일 팽목성당에 앉아
누군가 찾아 오든 오지 않든 한결같이 계시는 그 모습이
성경 속 한 구절을 정성껏 빚어내고 있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해야할까

그리고 그것은 빠르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같은 속도로 변하지 못해 아둥바둥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로마서 12,15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누군가는 리본을 만들고
누군가는 리본을 가방에 매달고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기도를 드린다.
누군가는 노래를 만들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절제하며 마음을 보탠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이 모여있는 
아프고 힘든 이들을 위로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각자의 마음안의 가장 선한 것들이 모여있는 그 곳은 
바로 하느님나라가 아닐까.

 

우재아버님도 동수 어머님, 아버님도...
상실의 아픔을 가진 모든 이들이
그 아픔에 무너지지 않고 잘 살아내주기를.

그리고
남아있는 우리도 오래도록 기억하고 기도할 수 있기를...

 

youtu.be/8z2T4NA2aOw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이 부서진 이  (0) 2021.01.16
  (1) 2020.11.13
정해진 때  (0) 2020.08.08
아니 내 마음을 어찌 아시고...  (1) 2020.08.07
마음  (0) 2020.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