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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정독도서관 가는 길이 좋은 이유

日就月將 2021. 12. 18. 22:36

야심한 시각
삼청동의 그 텅빈 골목길,
담장위의 기와하고 나무가 어우러지는 그 하늘
그게 좋고 사랑스럽다.



오늘은 폭설주의보가 내려 질퍽거리는 길 때문에
특별히 더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우연히도 골목에서 술취한 사람들만 만났다.
(내려오는 약 10여분간 딱 세 팀을 마주쳤는데
모두 술을 얼큰하게 드신 분들)

그리고 추위때문인지 형광등도 어두운 안국역 입구에서
단발머리의 지긋한 여자분을 부둥켜 안은 남녀 한 쌍

나이들고
이렇게 살면 안되지.
저렇게 살면 안되지.
이런 시선과 체면과 이런 것들을 잠시 놓아두고
좋아하는 술을 마시고 조금은 취해서 두런두런 얘기 나누는 그 모습이,
몸과 마음이 동하는 대로 사랑을 표현하는 그 모습이
오늘따라 싫지 않게 보였다.
아니 사실은 좋아보였다.

그리고 다시 힘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힘.
나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좋아해야지.

나이가 많아도,
돈이 많지 않아도,
내 안의 어떤 것으로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한옥과 이 골목길의 특별한 매력에 빠져 불편함도 감수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게 해 주는 장소라니
그지없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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