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수학문제 푸는 걸 좋아한다.
다른 과목보다는 슥슥 풀리는 느낌이 있어 좋다.
그렇다고 되게 잘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여기서 또 한 번 깨닫는다.
좋아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런 게 꽤 많다.
동경하는 것들이 많아서일까.
어렵지만 좋아보이고, 나랑 되게 잘 맞는다기 보다는 멋져보이는 것들이 있다.
수학, 영어, 독서, 술, 노래, 춤, 영화감상, 음악감상 등등
따지고 보면 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지에서 종종 생기는, 예측하지 못한 불운한 사건을 경험하는 건 매우 힘들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니 느끼는 거지만
여행은 겁이 없어야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데
겁많은 나와 여행은 어쩌면 안맞을 수도 있다.
그 여행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게 100개라고 하면 나같이 겁 많은 사람들은 10개 정도만 보고 오는 걸 수도 있겠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성비에 쾌감을 느끼는 나로서는 안타깝지.
그렇게 따지자면 안 맞는 거지.
하지만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동경하고, 늘 꿈꾼다.
공부도 마찬가지고
간혹 어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분명 저 사람의 어떤 부분이 멋져서 좋아하긴 하는데
그 사람이 가진 또다른 어떤 뾰족한 부분, 비합리적인 부분이 나를 상처입게 한다.
한 두번 대화해보면 알잖아.
저 사람 말이 지금은 괜찮은데 언젠간 힘들어지겠군.
만남이 시작된지 얼마 안되는 일정시기에는 사랑으로 극복해낸다.
하지만 결국, 안 맞는 건 안 맞는 거니까 탈이 난다.
사랑으로 콩깍지가 씌어 아무렇지 않던 시기는 지났다.
그럼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해야지.
나한테 맞춰달라고 대화를, 조정을 시도하던가
혹은 만남의 빈도수를 조절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줄이던가.
늘 그 좋아하는 마음을 줄이는 시기는 아프고 힘이 든다.
그 시기의 나는 몸도 마음도 울퉁불퉁해져서
평소의 나라면 잘 하지 않는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말실수, 술실수 같은...)
몸이 아프기도 한다.
덜 힘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의 단점을 찾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던 그들이 가진 단점들을 자꾸 반복해서 나열하고 생각하고
내 눈에서 그들을 향해 쓰던 분홍색안경을 걷어낸다.
그냥 생각 안하는 게 제일 깔끔하고 좋을텐데
나란 사람은 생각을 안하는 건 해보지도 않았고,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저 무지무지무지 질릴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새로운 자극을 만나면 그걸로 자연스럽게 생각을 넘긴다.
지금은 그런 시기일 수도 있겠다.
이런 시기에 장소를 이동하거나 뭔가 환경을 바꾸면 좋으련만...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소중하기에 그 관계에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소중해서 상처도 많이 받고, 많이 생각하게 되고, 많이 힘들고...
이게 그거구나.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어젯밤부터 수학문제를 풀어내려가다가 생각했는데
역시 수학은 어렵지만 매력적이고 빠져들기 좋은 과목이다.
이제 더 이상 내가 빠져드는게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떤 더 고귀한 가치였으면 좋겠다.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거룩한 어떤 것...
욕심이 상당하지 나는 ㅋㅋㅋ
타인에게 보여주고 관심받고 인정받고
그런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정한 기준에서 행동해봐야겠다.
그래도 사람들과 접촉이 없는 시기에
내 나름의 소통창구는 블로그이다.
아무도 읽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군가 읽을 수 있는...
당분간 일기는 여기에 쓰게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