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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공감능력이 좋다는 것은...

日就月將 2022. 1. 8. 15:28

예전에 강점혁명 strength finder라는 책이 유행했었다.
그 책에 나온 테스트를 따라가면... 나의 주요한 강점 5개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 알게 된
강점 같지도 않다고 생각했던 나의 강점은...
대부분이 관계, 감정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화합, 공감능력, 책임, 포용, 정리 라니... 대단하지 않은가?

와앗;;; 아직도 남아있네...;;;; 비번 재설정 하고 들어갔더니 10년 전에 한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세상에 많은 능력들이 있는데 하고 많은 것들 중에
명석하고 똘똘해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게 많은데 나는 하필이면...

암튼 그 때 이후로 알게 됐다.
내가 사람들에게 공감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걸
왜 그렇게 TV 드라마나 영화를 푹 빠져서 보는지
왜 누가 울면 옆에서 그렇게 따라 우는지... 등등
조금 특이하고 과한 행동들은 다 공감능력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오늘
도서관 앞에서 밥을 먹었다.
대낮에 여유로운 삼청동길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던지
그런 말 잘 안하는 짝궁이 차 한 잔 마시고 도서관 들어가라고 말했다.
블루보틀은 보나마나 만석일테고...
옆에 가까운 그 커피집에서 에스프레소나 한 잔 마시려고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온지 얼마 안되어 어떤 커플이 들어왔는데...

나는 등 뒤에서 듣기만 했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남자가 덩치가 크고 위협적인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리가 작은 여자는 점점 더 소리가 없어져가고
남자의 폭언은 끝이 없이 이어졌다.
쌍시옷들어가는욕은 물론이거니와 목소리의 어조, 빠르기 등등...
너무 심한 말들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까페 앉아서 우리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나의 평화는 깨졌다.
그리고... 내 머릿속엔 또 시험이고 뭐고, 나의 미래고 뭐고...
이 폭력적인 자극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여자는 어쩌지?
무슨 관계지? 왜 저런 폭언을 다 듣고 앉아있지?
나도 모르게 대화에 귀를 쫑긋거렸지만
들리는 건 결국 남자의 욕이요.
여자는 거의 대응을 하지 못하는 듯 했다.
오만 생각이 계속 들다가...
결국 나왔다.
나오기 직전 본 여자는 체구도 작았지만 움츠려든 그 자세로 땅으로 꺼져버릴 것만 같았다.
폭언을 날리는 남자의 큰 두상과 등판과는 매우 대조적이게도...

듣기만 해도 너무 힘들었고,
그 자극을 받은지 한시간이 조금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아직도... 계속 생각나고...
매우 안타깝다. 그녀가...
하느님께서 부디 그녀를 돌봐주시기를...
그리고 하느님께서 부디 그 남자를 어떻게 해주시기를 ㅠㅠㅠㅠㅠㅠ
기도가 절로 나온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마주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그래서 결국... 뭐라도 해보려고
이 어려운 공부를 하는 거고...
흑흑... 그래 다시 공부를 하자.
내가 배운 지식으로 세상의 고통과 아픔들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몫이라면 내게 좋은 기회를 주시기를...

암튼...
폭력을 당하는 여자의 마음이 얼마나 무서울까 싶고.
그걸 보는 게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도망치듯 그 까페를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나를 이런 사람이게 만든 공감능력이
오늘 따라 좀 원망스러웠다.

아 왜 공부 고민이나 입시고민이 아니라
이런 것들에 마음이 또 휘둘려졌구나. ㅠㅠㅠㅠㅠ
이제 다른 어떤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