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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드라마

엄마는 불법체류자

日就月將 2021. 2. 5. 09:25

다큐멘터리 리뷰

<엄마는 불법체류자>Mama Illegal
https://eidfblog.tistory.com/93?category=371856

몇 년도에 본 건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당시 나에게 다큐멘터리란 방송사에서 제작한 것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만나는 그런 것이었다.
광활한 아프리카를 보여주는 그런 자연 다큐멘터리나 역사 다큐멘터리 같은 것 정도만 접해보았던 것 같다.

<엄마는 불법체류자>를 만난 것도 우연이었다.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몇 가족을 십 년 이상, 오래도록 관찰한 내용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촬영한다는 것은 다큐멘터리를 거의 접해보지 않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생활의 고단함, 혼자 일하러 떠난 가족과 남겨진 가족, 서로를 그리워하는 그리움, 외로움, 그리고 삶이 안정되어 더 이상 불법체류자로 살 필요가 없이 된 후에 그 가족 앞에 주어진 어색한 결합과 이별 (물리적인 것이든 심리적인 것이든)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었다.
80%이상의 살인적인 실업률 속에서 당장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핏덩이 같은 자식들을 집에 둔 채 목숨을 걸고 야밤에 강을 건넌, 설마 추방당하지는 않을까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조심 살아가는 엄마 – 선진국의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로서의 수요가 많은 부분에는 가사, 육아, 청소 등 여성을 원하는 곳들이 많다.
아마 감독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본인 집의 베이비시터를 하던 분과 감정적인 교류가 생기면서 시작된 이유도 있을 거고,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육아와 살림을 도맡는 전통적인 가족구조에서 엄마가 사라진 후에 생기는 심리적 불안정성이 더 크기 때문에 엄마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같다-와 그녀의 남편과 자녀들이 나온다.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편들이 느꼈을 자기 자신에게 느끼는 무능함과 (모유를 포함한) 먹을 거리를 제공하며 자신들을 품어주던 엄마의 부재를 느끼는 자녀들이 느끼는 그리움, 그리고 모든 가족 구성원이 느끼고 있을 외로움은, 시간이 갈수록 단단해지고 돌처럼 굳어져 결국 처음의 마음과 같지 않게 서로를 공격하고 또 자기 자신을 공격한다.

아주 어릴 적 아장아장 하던 시절부터 그 자녀들이 10대 청소년이 되어 엄마가 벌어온 돈으로 엄마가 돈을 벌던 선진국으로 유학가는 모습, 20대 혹은 30대 초반 파릇파릇한 시절에 떠나 이제 충분히 돈을 벌어 고향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어 지긋한 중년에 결합한 부부의 모습까지 그 오랜 기간 동안 감독이 불법체류자였던 이들 가족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잃지 않고, 계속 촬영을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가족의 붕괴가 우리네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말해주고 싶었던 걸까.

어린 시절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하느라 늘 자리를 비웠던 엄마를 가졌던 사람으로서, 어쩌면 지금 내게 남아있는 엄마에 대한 냉정한 감정이, 어린 내가 느꼈던 외로움과 그리움이 굳어진 결과인건가.

불법체류가 끝난 후 엄마는 그 고생을 버텨온 자기 자신에 대한, 이제 경제적인 풍요를 가족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만족스러움 때문인지 환한 표정을 보여주었지만, 그에 비해 자녀들과 남편의 얼굴은 어두운 편이었다.
다큐멘터리는 다시 한 공간에 살게 되는 그들을 엿보며 끝났지만 과연 최선을 다해 그 시기를 살아온 그들은 그 뒤로 행복했을까?

개인적인 바램을 얹어보자면, 힘듦을 견디어내던 그들이 가졌던 그 때의 성실함으로 부디 오랜 세월의 간극도 극복해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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