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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드라마

할머니의 먼 집

日就月將 2021. 1. 14. 11:28

"보고싶었쪄"

외로운 일상에, 자기를 보러 고생을 마다않고 온 손주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이제는 할머니가 된 우리 엄마의 모습 같다.

 

제대로 만들어진 상업영화라기 보다

친구가 홈비디오찍듯 만든 영화 같은

친구네 할머니 보고 있는 것 같은 영화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초기작품들이 이런 식이려나 싶은,

(영화 초반의 화면은 감독에게 짐벌을 사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 흔들렸다)

 

보고 나서는 우리 외할머니 생각도 났고

늙어가고 있는 우리의 엄마, 이모들, 큰엄마도 생각났고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 나와 내 동기간들이 생각났다.

 

할머니의 말갛던 표정, 웃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소심하고 착하게 살아오셨구나. 

그렇게 자식들의 빈 자리를 생색내지 않고 메꿔가시면서...

그 연세 드시기까지도 집안이 반짝반짝하도록 살림하시면서 

참하게 살아오셨구나 싶었다.

 

그 얼굴이

큰 아들이 죽고 막걸리를 찾으며 찌들어가는 걸 보려니

마음이 안 좋았다. (나이들고 술 마시지 말아야지)

그래도 요양원에서 닭장같은 곳에 갇혀서 멍하니 있는 어르신들 보다 나은 건가.

꽃에 물도 줄 수 있고, 보행기 끌고 동네도 나갈 수 있고,

텃밭에서 뭐라도 키우면서 93세까지는 잘 지내신 것 같은데...

 

주변 선산에 갔을 때 친척어른들이 이제 저 무덤 옆에 어머니 자리가 있다고 말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 착한 어르신은 "그러니께. 빨리 나를 데려갔음 싶당께" 라고 대답하시는 데...

누군가 자기에게 그래줬으면 하는 그 바램을 외면하지 않고 살아오신...

그래서 누군가, 그것도 사랑하는 자식들의 바램대로 빨리 죽었으면 하는

어르신의 순종적이고 착한 마음이 이렇게 보이는데~

정말 못 됐다. 사람들...

나한테 아기는 왜 못가지냐고 노력하면 가질 수 있다고 타박하는 것과 같게 느껴졌다.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건가...)

어르신한테 왜 빨리 안 돌아가시냐고, 노력하면 빨리 죽을 수 있다고 타박하는 것과 똑같이 느껴졌다.

90이 넘은 연세에 자살을 시도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램대로 빨리 죽어주고 싶으니까...

그렇게라도 보탬이 되고 싶으니까.

 

자막이 올라갈 때 할머니의 이름 앞에 "고" 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나 확인했다.

자막으로 영화 개봉 당시에는 잘 살아계셨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GV도 함께 하셨다니 반갑구나.

indienow.kr/?p=2122

 

[GV] 151128 경쟁장편7 관객과의 대화_ - NOW

[GV] 151128 경쟁장편7 관객과의 대화_<할머니의 먼 집>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소현 감독과 할머니가 무대 앞으로 나오자, 열화와 같은 박수소리가 인디스페이스 상영관

indienow.kr

 

2021년 쯤 되는 이 때에는 돌아가셨을 수도 있겠구먼.

부디 살아계셨으면 살아계신 동안 죽음에 대한 압박 없이 평온하시길,

만약 돌아가셨다면 좋은곳에서 가벼운 모습으로 편히 계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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