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말과 행위로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이런 기도문이 있다.
이 기도문에 따르면 나는 24시간에서 자는 시간 빼고 대부분은 죄인(?)이다.
말이나 행위보다 생각(그리고 감정, 욕구)으로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한다.
나의 마음, 특히 힘듦에 관심을 가지고부터
감정이나 욕구자체는 중립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감정이나 욕구는 일단 그냥 생기는 것이다.
뭐가 먹고 싶고, 화장실에 가고 싶고 이런 일차원적인 것부터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이나 욕구
무언가 이루고 싶고, 더 나은 나자신이 되고 싶은,
갑자기 쓸쓸해지거나 벅차오르거나 하는,
화가 나거나 부끄럽거나
아무튼 그런 다양한 감정과 욕구는 늘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생각까지는 죄에 넣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생각을 엄청 나쁘게만 하려고 마음 먹고 그러지 않는 이상…
감정이나 욕구는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거니까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생각과 감정과 욕구를
한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무슨 생각이나 감정/욕구가 떠올라도 괜찮은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이런 생각하는 거… 나만 쓰레기야?)
문제는 말이나 행동과 연결지을 때 생긴다.
내 말이나 행동은 얼마나 괜찮을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이 없어진다.
나약한 나는… 쉽게 유혹에 넘어간다.
올라오는 감정과 욕구에 나를 맡긴다.
부적절한 행동과 말을 한다.
요즘 제어가 잘 되지않는 나를 보게된다.
자극은 늘 역치를 향해 다가가고,
역치는 자극을 여러번 만나면 더 높은 세기로 이동한다.
그러다 결국…
감당 못하게 되면 망가지겠지.
제2형 당뇨병처럼… 그 감각, 그 기능은 망가져버리는 거야.
최근 아주 강한 자극이 들어왔다.
이상했지만 또 좋았다.
나에게 결핍이 있었는데… 그게 뭔가 채워지는 느낌이 있었다.
기분이 나쁘지 않게 채워졌는데
아니 기분이 사실 둥둥뜨는 느낌이었는데
불안과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왔다.
그래서 그런가 새벽에 자꾸 깬다.
물론 시끄로미 녀석이 자꾸 울기도 하고…
그래서 만약 의사가 왜 자꾸 깨는지, 고민이 있는지 묻는다면
대답을 주저하게 될 것 같다.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으니까…
솔직하고 싶지만 솔직함을 말과 행위로 드러내는 게 죄가 되므로 자꾸 감정을 돌려세우는 중이다.
혼자 힘들거나 사고치고 끝날 문제가 아니고
감당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아진다.
감정과 욕구는 일시적으로 크게 올라올 수 있고
(분노, 슬픔, 우울이나 오르가즘처럼 격하게)
그 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다.
아름다운 건…
아름다울 때 지켜야 한다.
무언가가 계속 아름다울 수 있는 건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애쓴… 누군가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맺는 관계들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서로의 쉴 곳이 되어주고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누군가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보살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래서 결국 그 누군가가 온전한 인간으로
하느님이 주신 이 세상을 잘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성당에 더 자주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