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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6. 8_영국

2016. 8. 26. Prologue

日就月將 2016. 8. 28. 15:34
드디어 왔다.
영국.

2013년도에 시도했던, 환전도 해두고, 뱅기도 예약하고, 차도 예약해뒀는데...
결국 50만원 넘게 손해보고, 못왔던 영국...
3년된 론리플래닛 들고... 결국 왔다.

2012년 스페인 갈때의 중국국제항공 덕에... 난 직항의 매력을 알아버렸고...
직항하면 역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지.

비행기 탑승 완전정복을 위해 좌석도 미리 예매하고, 기내식도 미리 시켜보고...
이것저것 해뒀고,
(철만 동의 해줬다면 설역 도심공항터미널에 새벽5시에 도착하여 비상구 좌석도 겟!할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정보를 얻었다는 게 어디야...)
가는 동안 모바일 체크인과 셀프체크인,
PP카드와 신용카드혜택을 총 동원... 아시아나 비즈니스라운지, 마티나 라운지를 의도했던 대로 정복!!!
일단 영국땅 밟기 전까지는 매우 쾌적하게 온 편이었다.

통로좌석을 예약해둔 우리, 뱅기자리에 도착하니 내 오른쪽 좌석 창가에 어떤 긴 백인아저씨가 뱅기 출발 전부터 몸을 구긴 채로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좌석벨트를 내 껄 차고 있어서...살짝 깨워 벨트 좀 봐달라고 얘기했더니 

"엉?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하더만... 결국 바로 잡고 아저씬 다시 숙면.
그리고 한참 후 이륙못하고 뱅뱅돌다가 마침내 출발하겠다고 기내방송 시작
아저씨 다시 깨더니 

"이거 샌프란시스코 간다고 했냐?" 
"아니, 너 표 체크해봐, 그리고 그러면 안돼, 내 론리플래닛의 책 봐봐, 나 영국가야해"
"아 그렇군, 내가 잘못 들었었나봐, qitpoiendfa,dkago0nekjanglkdjlak... (못 알아들음)" 

당연히 잘못탔을리가 없지, 타기전에 몇 번이나 체크하는데...
암튼 이 아저씨 참. 듬성듬성 하네... 느낌,


기내식을 해산물식으로 예약해둔 나.
다른 사람보다 먼저 식사를 받고, 내 앞의 인도사람들도 특별식을 주문했는지 먼저 식사를 받고... 우연히 우리 건너편 아가씨도 특별식을 주문해서 받고 있었다. 
땅콩줄때랑, 음료줄때랑 내내 자던 아저씨가 갑자기 깨더니...
내 밥과 주변의 사람들이 밥먹고 있는 걸 보고...

"내가 계속 자서 놓친 것 같은데, 밥이 다 나온거임?"
"노노, 내가 특별식 주문해서 그렇고, 특별식 주문한 사람들만 나온 것 같음, 
They will not miss you."

(이제 슬슬 나의 막영어, 콩글리쉬 영어가 나오기 시작... 기억나는 몇 개는 정말 챙피한 수준의 영어이다.
skip이 더 적당할 듯 하고... 난 놓치다는 의미로 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워하다 이상의 의미는 연결되지 않는 것 같다. 뭔가 부끄러워진다;;;)
뭐 어쨌든 아저씨는 
"어엉...그래?" 
이러고 넘어갔다.

12시간에 가까운 뱅기는 정말 힘들었다.
나중에는 다리가 붓는게 눈으로 보이는 정도였다.
평소 내 다리를 보고...
"자네, 격투기 해볼 생각 없나."
이런 농담을 자주 던지는 철이었는데...
처음에는 내가 
"부었어, 다리 이거 봐..."

이럴때 
"과연, 부은 걸까."
농담을 던지더니 나중에는 

"우와, 정말 그러네..."
라고 까지 말할 정도.

암튼... 잠도 잘 안오고..
론리플래닛으로 자동차 운전시 유의점 같은 걸 찾아보던 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나왔다.
마침 아저씨도 잠에서 잠시 깨서 두리번 거리고...
말도 한 번 시켜보자 싶어서 책을 가리키며 이것 좀 설명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림 그리면서까지 열심히 설명해주는 아저씨.
영국에서 운전할거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as you know) 서울의 바쁜 도시를 벗어나 영국의 시골마을 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아, 나 서울엔 없었어서..."
"아 그래? 한국엔 뭐 출장임?"
"엉, 나 샘숭에 출장갔어, 나 샘숭 반도체 쪽에서 일해서 동탄에 있었어."
"어맛, 반도체 뭐하심? 나 전화기 만드는데... 지금 이것도 내가 만든 거임(살짝 우쭐해짐)"
"와이파이쪽 칩셋이얌, 원래 CSR이라는 회산데 샘숭이 와이파이 사업부 먹었어. 그래서 내가 지금 샘숭에서 일하게 됐고, 지금 출장왔어."
"어맛, CSR이면 우리도 검토했던 칩셋인데, 왕신기함"
"그래? 근데 우리는 BT는 좀 유명한데 와이파이쪽은 별로 성공적이지가 않아서...ㅋ"

대략 이런 수준의 대화를 이어가던 우리.
캠브리지에서 공부하고, 거기서 지금도 일하고, 살고 있는 아저씨.
아쉽게 난 캠브리지에서 하루만 머물꺼라...정보가 그렇게 까지 많이 필요하진 않았는데 ㅎㅎㅎ 식당 추천은 한 일주일은 머물러도 될 정도로 받은 것 같다.
뱅기에 이 많은 사람중에 캠브리지에 사는, 그리고 CSR에서 일하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돌이 아저씨를 옆좌석에서 만나다니, 사람 일이란 정말 신기하다고 느꼈다.

아저씨는 공돌이라 대화가 잘 되는 편이었고,
뭔가 애매하게 대화를 둘러 정리하거나 하지 않고

예를 들어 식당 추천해달라고 하니, 여긴 내가 안 가봤고 말만들었는데 평이 괜찮았고, 여긴 몇 년전에 가봤었는데 괜찮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고, 이건 퓨전아시안요리인데 한국 사람인 니가 좋아할 진 모르겠지만 동네에서 유명한 식당이고...  캠브리지의 대표적인 노젓는 놀이인 punting 에 대해 물어볼때도 정말 다양한 예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해서 결국 나를 이해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공돌이다운 순수성이 있어서인지 상당히 솔직한 편이었다.
(자기네 회사 얘기할때처럼 ㅎ)
내가 기사를 몇 개 봤는데... 브렉시트의 배경에 인종차별이나 이민자 반대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서, 영국 시골마을에 가려는데 살짝 우려된다고 말했더니
"어딜가나 'stupid' 인간들은 있는 거고, 보통은 괜찮을 거야, 
이민자 반대분위기는 미디어가 말하는 거고, 사실은 EU라는 곳이 비민주적인 조직이라 사람들이 반대하는 것일 뿐, 이민자 반대 블럭은 소수일 뿐임."
이라고 조곤조곤 말했다.

암튼 아저씨랑 대화가 터진 이후로 두 시간 이상 겁내떠들다
결국 앞좌석 인도아저씨한테 조용히 하라고 경고 먹고
다시 종이에 써내려가며...ANC 기능에 대해 몇 번 더 수다떨고 서야...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났다.
(아저씨한테 내가...우리 두 시간이상 떠들었다고, 우리가 좀 너무한 것 같았다고 말하자, "I feel guilty"라고 했는데 ㅎㅎㅎ 그 표현이 재밌었다. 사실 아저씨가 안들린다며 겁내 크게 말하긴 했다.)

내가 지금 명함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했더니 자기도 없다고 약간 머뭇대다...
그럼 내가 이메일 주소 적어줄께...라더니 이멜 주소 적어주신 아저씨.
(회사의 ㄱㄱㅌ대리가 소싯적 일본에서 "잇쇼니~" 하며 연락처 땄다더니... 나도 이렇게 연락처를 따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철 지갑에 넣어둔 명함을 찾아서 결국 주긴 했다.
뱅기 내리기 전에 덕분에 고마웠다고 인사하자.
나중에 여행 끝나고 한국 돌아가면 메일쓰라고 하신 아저씨.
덕분에 영국사람들 왠지 무섭고 딱딱할 것 같았는데...
좋은 인상으로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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