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면박, 돈 그리고 "하고 싶은" 것
오늘 스터디 하고 있는데 카톡이 날아왔다.
세금이 부과되었으니 확인하라는 내용.
종부세 나온다고 했으니 종부세겠거니 하고 슬쩍 넘겨보고는 말았다.
10년도 더 전에 엄마와 함께 살던 집을 매매하면서 대출을 내가 갚기로 하고, 이러저러한 사무들을 처리하며
내 명의가 된 집이 있다.
큰 대출을 받아야 했는데
집안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직장에 다니던 나로서는 자연스럽게 그 대출과 명의를 가져오게 됐다.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냥 자연스럽게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고 다 내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엄마와 언니가 계속 살아가야 할 집이다.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는 안 살 것 같던 집을 최근에 짝궁과 공동명의로 사게 됐는데...
그만 1가구 2주택이 되고 말았다.
나의 집을 살 때 그 때 처리했어야 했는데...
사람들이 부동산 세금이 어떠니 할 때 간과했다.
귀찮기도 했고, 뭐 이사갈 집도 아니고...
계속 엄마도 언니도 그대로 살거고
나도 그렇게 이주할 생각도 없고...
싼 집이지만 어쩔 수 없이 1가구 2주택이라 작년에 종부세가 나올때
'뭐 앞으로 오르겠지만 그게 시대의 흐름이라면'하고 말았다.
잠깐 계산해봤는데 양도세고, 증여세고
다 너무 큰 세금이라 쉽사리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받은 종부세의 충격은 그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 했다.
내가 그 사실을 확인한 게 장장 4시간 전 쯤 되는데
그 이후로 세금계산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는 지금 수입이 없는데.
짝궁 수입에 얹혀서 살아가는데...
순식간에 5배가 올라서 6백만원을 넘긴 친정식구를 위한 세금은
나를 절망하게 했다.
어차피 집값이 올라서 오른 세금이라고 생각하기엔...
금액이 너무 컸다.
누군가의 몇달치 월급이 한달안에 내야 할 세금이라니...
계산을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명의를 언니한테 넘겨야 하나.
양도세와 취득세와 증여세를... 임의로 계산을 해보니 또 그게 몇억;;;
세무사에게 다들 상담을 받으라지만
세무사에게 상담만도 몇십만원...
한숨이 나온다. 한숨이.
그 동안 내가 와인마시고 할 게 아니었구나.
사람들 만나면서 밥 슥슥 사고 그럴게 아니었구나.
이제 정말 그런 시기는 끝났구나.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한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잠시 나는 한 일년 넘게 둥둥떠다니며 살았던 것 같다.
버는 돈 없이 술마시러 다니고, 밥사고, 좋은 원두 사고...
공부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던지
시간도 대충 쓰고
그나마도 꾸역꾸역 느릿느릿 해대고...
하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을...
정신차리라고 하느님이 뒤통수를 또 세게 때리신 느낌이다.
뒷목이 뻐근하고 마음이 아주 불편하다.
이 와중에
내가 엊그제 의도치 않았지만 어쩌다보니 컴플렉스(인 걸로 이제 확신한다)를 건드린 친구에게
안부인사를 보냈는데
너 할 공부나 하라는 답을 받고 또
'하아...역시 되게 불친절한 애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게 내가 힘들때 이러니... 더 많이 지친다.
역시 호의를 기대할만한 애가 아니야.
물론 늘 그런 제스쳐를 하긴 한다.
<나한테 그런 기대 하지마.
나는 나 좋을대로 하는 애야.>
하지만 나도 이제 지친다.
그런 불친절함 받아줄 여유가...
이제 나에게는 없다.
잘 살아라.
그대여.
그건 그렇고
경제적으로 매달 뭔가가 나오는 조치를 하지 않고,
회사를 덜컥 그만둔 나는
결국 돈에 발목을 잡히게 되는 건가...
다시 월급을 쫓는 불나방처럼 살아야 하는 건가...
돈 없어도 괜찮다고 했었는데 그것은 자기기만이었던가.
이런 부담을 안고
하고 싶은 공부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하아...
마음이 무거워지는 저녁이다.
기도하면 이 기분이 나아질까.
기도하면 그래도 나아지겠지?
아아 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작은 일들에 나는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린다.
세금에, 친구의 면박에, 돈걱정에, 공부에...
그저 울고싶다.